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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차량용 이더넷이란? CAN을 대체할 차세대 통신 기술 분석

by 경제저금통 2025. 6. 16.

차량용 이더넷의 등장 배경과 개념 이해

현대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선 ‘달리는 컴퓨터’로 진화하고 있다. 자율주행,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커넥티비티 기능이 확대되면서 차량 내부에서 주고받아야 하는 데이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CAN(Controller Area Network) 기반 통신만으로는 대역폭과 실시간 처리 요구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목받는 것이 바로 **차량용 이더넷(Automotive Ethernet)**이다.

 

차량용 이더넷은 기존 산업용 이더넷 기술을 차량 환경에 맞게 최적화한 통신 방식으로, 100Mbps~10Gbps에 이르는 빠른 속도와 낮은 지연시간, 뛰어난 확장성을 특징으로 한다. 기존 CAN은 일반적으로 1Mbps 수준의 속도를 제공했으며, LIN이나 FlexRay 등의 대안도 있었지만 제한적인 용도로만 활용되었다. 반면 차량용 이더넷은 고화질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센서 등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어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필수적인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이더넷은 계층 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어 차량 내 전자제어장치(ECU) 간의 통신 체계를 더 효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현재까지 차량 제조사들은 CAN과 이더넷을 혼용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채택하고 있으며, 점차 이더넷 중심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실제로 BMW, 메르세데스-벤츠, 현대차 등은 고급 모델에 차량용 이더넷을 부분 적용하고 있으며, 자율주행 레벨이 높아질수록 이 기술의 적용 범위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CAN을 넘어선 차량용 이더넷의 기술적 우위

차량용 이더넷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속도와 유연성에 있다. CAN은 속도와 데이터 처리량 면에서 구조적인 한계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CAN은 브로드캐스트 통신 기반으로 작동하며, 데이터 충돌 시 우선순위 기반으로 접근을 조절한다. 이러한 방식은 간단하고 신뢰성은 높지만, 통신량이 많아질수록 병목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차량용 이더넷은 고속 통신 외에도 **TSN(Time Sensitive Networking)**이라는 기술을 통해 실시간성과 결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TSN은 이더넷의 불확실한 데이터 전송 시간을 제어하여 일정한 지연 시간과 품질(QoS)을 보장해주는 기술로, 자율주행 시스템이나 제어계통에 필수적인 요소다. 특히 고속 주행 중 레이더와 센서에서 전달되는 정보의 시간차는 안전과 직결되므로, TSN의 도입은 차량 안전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이더넷은 SDV(Software Defined Vehicle) 구조와도 궁합이 좋다. SDV는 차량의 대부분 기능을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제어하고 업데이트하는 구조로, 이를 위해 안정적이고 대역폭이 큰 통신망이 필요하다. 이더넷 기반 네트워크는 ECU의 분산형에서 중앙 집중형으로의 아키텍처 전환을 가능케 하며, OTA(Over-the-Air) 업데이트, 원격 진단 등의 기능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이외에도 이더넷은 기존 배선 구조를 간소화시켜 무게 절감, 연비 향상, 제조 효율성 향상에도 기여한다. 여러 ECU를 독립적으로 연결하는 CAN에 비해, 이더넷은 스위치를 활용한 허브 기반 구조를 통해 네트워크 전체의 최적화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전기차와 같은 에너지 효율이 중요한 모델에서 더욱 두드러진 장점으로 작용한다.

 

차량용 이더넷이란? CAN을 대체할 차세대 통신 기술 분석
차량용 이더넷이란? CAN을 대체할 차세대 통신 기술 분석

차량용 이더넷의 과제와 향후 전망

하지만 차량용 이더넷이 CAN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아직 몇 가지 도전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는 보안 이슈다. 이더넷은 그 특성상 외부와의 연결성이 높아, 해킹과 같은 보안 위협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차량이 외부 네트워크(예: V2X, 5G, 스마트폰)와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상황에서 통신 보안은 치명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차량용 이더넷에는 강력한 암호화 기술, 침입 탐지 시스템(IDS), 도메인 기반 방화벽 등의 기술이 함께 적용되어야 한다.

 

둘째는 기존 네트워크와의 호환성 문제다. 많은 차량이 여전히 CAN, LIN 등 레거시 시스템을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이더넷으로 일괄 전환하는 데는 높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현재는 혼합형 아키텍처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차량 한 대 안에서도 도메인별로 서로 다른 네트워크 프로토콜이 사용되는 복잡한 구조가 나타난다.

 

셋째는 표준화의 미비다. 차량용 이더넷은 IEEE 802.3 및 AVB, TSN 등 다양한 국제 표준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각 제조사마다 적용 방식과 범위가 상이하여 통일된 산업 표준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부품 제조사 간의 호환성 문제, 개발 비용 증가, 진입 장벽 상승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차량 통신의 표준화 논의는 이더넷 대중화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량용 이더넷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 시장조사기관들은 2030년까지 전체 차량의 80% 이상이 이더넷 기반 통신 시스템을 일부 또는 전부 채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과 전기차 분야에서의 수요 증가가 이더넷 전환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결국 차량용 이더넷은 단순한 ‘속도 개선 기술’이 아니라, 차량 전장화와 스마트화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