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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스티어 바이 와이어(Steer-by-Wire): 기계 없는 조향의 시대

by 경제저금통 2025. 6. 17.

스티어 바이 와이어(Steer-by-Wire): 기계 없는 조향의 시대
스티어 바이 와이어(Steer-by-Wire): 기계 없는 조향의 시대

스티어 바이 와이어란 무엇인가? 전자식 조향 시스템의 정의와 구조

자동차 기술의 발전은 단순한 운송 수단을 넘어 '스마트 머신'으로 진화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스티어 바이 와이어(Steer-by-Wire)**이다. 이 기술은 기존 차량의 조향 방식에서 완전히 새로운 접근을 제시한다. 운전대와 바퀴 사이의 물리적 연결 장치(스티어링 샤프트, 기어박스 등)를 제거하고, 전자 신호로 조향을 제어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차량 조향 방식에서는 운전자가 핸들을 돌리면 기계적으로 연결된 스티어링 랙과 피니언이 바퀴를 움직인다. 하지만 스티어 바이 와이어 시스템에서는 센서가 운전자의 조작을 감지하고, 그 정보를 제어 유닛에 전달한 후, 전동 액추에이터를 통해 바퀴의 방향을 조절한다. 이 과정은 모두 전자 신호를 통해 이루어진다. 기계적 연결을 없앰으로써, 차량의 구조적 자유도와 설계 유연성은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스티어 바이 와이어 기술은 항공기 분야에서 먼저 도입되었으며, 자동차 분야에는 최근에서야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인피니티 Q50, 메르세데스 EQS, 렉서스 RZ 등의 전기차 및 고급차에 탑재되며 점차 대중화되고 있다. 이 기술은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한 핵심 기술로 분류되며, 운전자가 직접 조향을 하지 않더라도 차량 스스로 안정적이고 정밀한 방향 제어를 수행할 수 있게 만든다.

스티어 바이 와이어의 기술적 장점과 자율주행과의 연계

스티어 바이 와이어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운전 감각의 ‘디지털화’**다. 기존의 기계식 조향 시스템은 정해진 물리적 반응값만 제공하지만, 스티어 바이 와이어는 소프트웨어적으로 조향 감도, 응답 속도, 핸들 회전 비율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속 주행 시에는 핸들 움직임을 더 민감하게 조정해 안정성을 높이고, 저속 주행 시에는 적은 조작으로도 큰 회전을 할 수 있도록 세팅할 수 있다. 이는 운전자의 피로를 줄이고, 도심 주행이나 주차 시에도 큰 장점을 제공한다.

 

또한 노면의 충격을 운전대에 전달하지 않기 때문에, 주행 중 불규칙한 도로 상황에서도 더 부드럽고 안정적인 조향이 가능하다. 이는 특히 전기차와 고급 세단에서 요구되는 '조용하고 편안한 승차감'과도 맞아떨어진다. 기존 차량에서는 요철이나 작은 충격도 운전자에게 그대로 전달되었지만, 스티어 바이 와이어는 이 충격을 전자적으로 걸러낼 수 있어 전반적인 주행 품질을 향상시킨다.

 

무엇보다 이 기술은 완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차량 스스로 판단하여 주행 경로를 결정하고 조향까지 제어해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핸들 조작보다는 전자적 신호를 통해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스티어 바이 와이어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기술로, ‘무인 조향’이라는 개념을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하게 만든다. 실제로 자율주행차량에서는 필요 시 운전대를 접거나 없애버리는 디자인도 가능하며, 이는 스티어 바이 와이어가 아니면 불가능한 설계다.

스티어 바이 와이어의 과제와 상용화 전망

기술적으로는 많은 장점이 있지만, 스티어 바이 와이어가 모든 차량에 즉시 적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몇 가지 현실적인 과제 때문이다. 첫째는 안정성 확보 문제다. 조향 시스템은 운전자와 탑승자의 생명과 직결된 핵심 기능이기 때문에, 시스템 오류나 센서 고장 시를 대비한 이중화 설계가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는 백업 유닛이나 기계적 연결을 제한적으로 유지하는 방식이 도입되며, 그로 인해 시스템 복잡성과 비용이 상승한다.

 

둘째는 법규와 규제의 미비다. 일부 국가에서는 차량 조향 시스템에 물리적 연결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아직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 장벽은 완전한 스티어 바이 와이어 시스템이 시장에 전면 도입되는 데 제약이 되고 있다. 다만, 유럽과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미 이 기술에 대한 법적 검토와 안전 인증 프로세스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 역시 SAE 레벨 4 이상 자율주행차를 대비해 관련 기준을 완화하고 있다.

 

셋째는 소비자 수용성의 문제다. 전통적인 운전 방식에 익숙한 운전자에게 ‘기계 연결 없는 조향’은 여전히 낯설고 불안한 개념일 수 있다. 특히 조향 감각이 소프트웨어에 의해 생성된다는 점에서, 사람마다 선호하는 핸들 느낌이나 반응이 달라 이에 대한 정밀한 커스터마이징 기능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티어 바이 와이어의 미래는 매우 밝다. 차량 설계의 자유도 증가, 자율주행 기능 통합, 경량화 및 에너지 효율 증대 등 수많은 이점은 결국 자동차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이끌 것이다. 기술 발전과 함께 가격이 낮아지고, 법적 규제가 정비된다면, 향후 10년 내 다수의 자동차에서 핸들이지만 연결되지 않은 조향이 표준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능의 진보가 아닌, 자동차라는 제품 전체 개념을 다시 정의하는 혁신의 시작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