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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전고체 배터리(Solid-State Battery) 기술과 상용화 전망

by 경제저금통 2025. 6. 18.

전고체 배터리란? ― 고체전해질의 혁신과 구조적 장점

전고체 배터리(Solid-State Battery, SSB)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Solid Electrolyte)**로 대체한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이다. 이 배터리는 양극(positive electrode)과 음극(negative electrode) 사이의 이온 전달 매개체로 고체 물질을 활용하며, 대표적으로 황화물계, 산화물계, 고분자계 고체 전해질이 연구되고 있다. 고체 전해질은 열적 안정성이 높아 폭발 위험이 적고,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음극재로 리튬 금속(Li-metal)을 사용할 수 있어 기존 흑연(graphite) 음극보다 이론적 에너지 밀도가 약 10배에 달하는 장점이 있다. 이는 한 번 충전으로 더 먼 주행거리를 요구하는 전기차(EV) 분야에서 절대적인 경쟁력을 의미한다. 더불어 전고체 배터리는 셀 구조상 무분리막 설계가 가능하여 부피 축소 및 설계 유연성 확보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기술 상용화를 가로막는 주요 장벽은 명확하다. 첫째, 고체 전해질과 전극 사이의 계면 저항이 높고, 둘째, 제조 공정에서 고온 고압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비용 부담이 크다. 또한 사이클 수명 저하, 리튬 덴드라이트(Li dendrite) 문제 등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명백한 게임체인저 기술이지만, 실용화를 위해선 이들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 ―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과 기술 진보

현재 전고체 배터리 시장은 자동차 제조사와 배터리 셀 기업 간의 치열한 기술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Toyota)**는 이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2020년대 중반까지 고체전해질 기반의 차량용 전고체 배터리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다. 도요타는 산화물계 전해질에 집중하며, 고온 안정성과 수명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삼성SDI는 황화물계 전해질을 택해 고전도성과 유연한 셀 구조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타트업들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퀀텀스케이프(QuantumScape)**는 폭스바겐과 협력하여 리튬-메탈 전극 기반의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인데, 상온 충·방전이 가능한 프로토타입 셀을 공개한 바 있다. 이 기술은 제로-샌드위치(zero separator) 구조를 특징으로 하며, 셀 단에서 전해질 층을 초박막으로 줄이는 전략이 핵심이다. 다만 아직까지 1000회 이상의 사이클 테스트에서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함께 따른다.

 

중국도 빠르게 전고체 기술에 진입하고 있다. CATL과 BYD는 반고체(Hybrid Solid-State) 배터리 상용화를 우선적으로 진행하며, 이후 완전 전고체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완성차 업체의 생산라인에 즉시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실용성과 수익성 간 균형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각국의 기술 노선은 서로 다르지만, 모두가 2027~2030년 사이의 상용화 시점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전고체 배터리(Solid-State Battery) 기술과 상용화 전망
전고체 배터리(Solid-State Battery) 기술과 상용화 전망

상용화 전망과 도전과제 ― 기술의 진화가 불러올 산업 변화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는 단순히 배터리 기술의 발전을 넘어 전기차 산업, 에너지 저장장치(ESS), 항공우주 등 다양한 산업 지형을 뒤바꿀 수 있는 혁신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30년까지 EV의 에너지 밀도 및 충전 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되며, 내연기관차의 완전 대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 이는 탄소중립 및 에너지 전환 시대에 전고체 배터리가 갖는 구조적 의미를 시사한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낮지 않다. 무엇보다 고체전해질의 대량 생산 기술 확보, 온도 범위 내에서의 안정성 확보, 리튬 금속과의 계면 안정성 확보, 가격 경쟁력 확보가 4대 과제로 꼽힌다. 또한 전고체 배터리는 현행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셀-투-팩(Cell to Pack) 설계 방식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구조적 차이점이 있어, 제조 공정 및 설비 전환에도 막대한 자본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기준으로 이미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투자 규모는 글로벌 기준 30조 원 이상이며, 정부 차원의 R&D 지원과 정책적 드라이브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 정부 또한 2035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산업을 차세대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을 발표하며, 주요 소재기업들과 공동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결국 이 기술은 단기 상용화보다 중장기 전략과 기술 내재화를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전고체 배터리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는 시점은 글로벌 산업의 균형을 재편할 분기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