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통신 시스템의 필요성과 프로토콜 개요
현대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수십 개의 ECU(전자제어유닛)와 센서들이 정밀하게 협력하는 복잡한 전자 네트워크 시스템이다. 조향, 제동, 엔진 제어뿐 아니라 창문, 시트, 실내등까지 모두 전자 신호로 제어된다. 이때 각 장치들이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 **차량용 통신 프로토콜(Vehicle Communication Protocol)**이다.
대표적인 두 가지 프로토콜이 바로 **CAN(Controller Area Network)**과 **LIN(Local Interconnect Network)**이다. 이들은 차량 내의 다양한 전자장치 간 실시간 데이터 교환을 가능하게 하며, 안정성, 속도, 비용 측면에서 각각의 강점을 가진 구조적 표준이다.
CAN은 1980년대 중반 보쉬(Bosch)에 의해 개발되어, 빠른 속도와 안정성을 요구하는 핵심 ECU 간 통신에 사용된다. 반면 LIN은 1990년대 말 등장한 저속, 저비용 중심의 보조 통신망으로, 보조 기능 제어에 적합하다. 이 두 프로토콜은 서로 대체가 아닌 역할 분담형 구조로 차량 전자 시스템의 신경망을 구성하며, 오늘날 거의 모든 양산차에서 동시에 사용되고 있다.
CAN과 LIN의 작동 원리와 구조적 차이
CAN 통신은 멀티마스터 구조의 고속 시리얼 버스 시스템이다. 최대 1Mbps 속도로 통신이 가능하며, 다수의 노드(ECU)가 하나의 버스 라인을 공유하면서, 우선순위 기반의 메시지 전송 방식으로 실시간성과 신뢰성을 보장한다. 각 메시지는 고유 ID를 가지며, 충돌이 발생해도 자동으로 우선순위가 높은 신호만 살아남아 데이터 손실 없이 안정적인 통신이 가능하다. ABS, 엔진 제어, 에어백, 변속기 등 차량의 안전과 직접 관련된 중요 시스템에 주로 사용된다.
LIN은 저속 단일 마스터-슬레이브 구조의 시리얼 통신 프로토콜이다. 최대 전송 속도는 20Kbps로 CAN보다 느리지만, 구현이 간단하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LIN은 마스터 노드가 시간표(Schedule Table)에 따라 슬레이브 노드에 정기적으로 데이터를 요청하는 구조로, 통신 충돌이 없고 신뢰성이 높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전동 윈도우, 전동 시트, 룸 램프, 백미러 제어와 같은 비핵심 기능들에 적합하다.
기술적으로 볼 때, CAN은 이벤트 기반(Event-Triggered) 구조로 유연한 통신이 가능하고, LIN은 시간 기반(Time-Triggered) 구조로 예측 가능성과 비용 효율성이 크다. 또한 LIN은 CAN의 보조 채널로서 상호 연동되며, LIN-Gateway를 통해 CAN과 통신 연결이 가능하다. 덕분에 제조사들은 핵심 부품은 CAN으로, 단순 기능은 LIN으로 구분함으로써 안정성과 원가 절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실제 활용 사례와 미래 통신 기술의 방향
오늘날 거의 모든 양산차는 CAN과 LIN을 동시에 사용한다. 예를 들어, 파워트레인, 제동, 스티어링 시스템 등 고속 실시간 제어가 필요한 영역은 CAN이 담당하고, 조명, 도어, 공조 시스템처럼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기능은 LIN이 맡는다. 예를 들어 차량 문을 열면 도어 ECU가 LIN을 통해 실내등을 켜고, 시트 포지션을 조정한다. 그러나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으면, 엔진과 변속기 ECU가 CAN을 통해 순식간에 데이터를 주고받아 토크와 기어를 제어한다.
CAN은 이후 ‘CAN FD(Flexible Data Rate)’로 발전해, 전송 속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데이터 프레임 용량이 확장되어(기존 8바이트 → 최대 64바이트), 자율주행·ADAS와 같은 대용량 센서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졌다. LIN도 여전히 많은 차량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복잡한 자율주행 시스템, V2X, 인포테인먼트 통합 제어 등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더넷 기반 통신(Automotive Ethernet)**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더넷은 고비용 및 EMI(전자파 간섭) 문제 등으로 인해 당장은 고급차나 자율주행 플랫폼 위주로 도입되고 있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에도 CAN과 LIN은 범용적인 저중가형 차량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될 핵심 통신 인프라로 남게 될 것이다.
결국 CAN과 LIN은 단순한 통신 수단이 아니라, 차량 전자 구조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결정짓는 설계의 근간이다. 이들의 구조를 이해하면 차량 진단기 활용, 전자 오류 분석, ECU 튜닝 등 다양한 실무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미래차 기술의 흐름을 읽는 핵심 지식으로서의 가치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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