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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수소탱크의 구조와 안전기술: 고압 700바 저장 어떻게 가능할까?

by 경제저금통 2025. 6. 20.

수소탱크의 기본 구조 ― 다층 복합소재와 700바 고압 설계의 핵심

수소차에 사용되는 고압 수소탱크는 단순한 연료 저장소가 아니라, **700바(약 700기압)**라는 초고압을 견딜 수 있도록 정밀하게 설계된 다층 복합소재 압력용기다. 일반적인 자동차 연료탱크는 수십 기압 수준에 불과하지만, 수소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동일한 주행거리를 확보하려면 더 높은 압축 저장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현대차 넥쏘나 토요타 미라이 같은 수소전기차는 Type IV 수소탱크를 채택한다.

Type IV 탱크는 크게 네 가지 층으로 구성된다. 가장 안쪽에는 **폴리머 라이너(polymer liner)**가 위치해 수소 가스를 직접 저장하며, 수소의 확산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 라이너는 나일론,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등의 소재로 제작되며, 기밀성과 내식성이 뛰어나다. 그 위에는 탱크의 구조적 강도를 담당하는 **탄소섬유 복합층(Carbon Fiber Composite Layer)**이 수십 겹으로 감겨 있다. 이 층은 탱크의 주된 압력 하중을 견디며, 전체 무게 대비 강도를 극대화하는 데 기여한다.

그 밖에 외부 충격으로부터 탱크를 보호하는 충격 방지용 강화 외피와, 탱크 내부 압력을 모니터링하는 센서 및 밸브 시스템도 포함된다. 각 층은 열팽창률과 변형 계수가 서로 다른 소재로 구성되어 있어, 온도 변화에 따른 응력 분산과 균열 방지 설계가 필수다. 특히 고압 상태에서 수소가스는 ‘수소취성’이라는 금속 약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금속 대신 비금속 내압소재 사용이 안전성 확보의 열쇠가 된다.

수소탱크의 구조와 안전기술: 고압 700바 저장 어떻게 가능할까?
수소탱크의 구조와 안전기술: 고압 700바 저장 어떻게 가능할까?

수소 저장의 핵심 안전기술 ― 수소 누출 감지, 파열 방지, 안전밸브 설계

700바 수준의 고압을 차량 내부에서 안전하게 유지한다는 것은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수소는 분자 크기가 작아 기체 중 가장 빠르게 확산되며, 가연성과 폭발성이 극단적으로 높은 물질이다. 이에 따라 수소탱크에는 다중 안전기술이 적용된다. 가장 먼저 적용되는 기술은 **수소 누출 감지 센서(H₂ Leak Sensor)**다. 이 센서는 수소의 농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일정 농도 이상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탱크 밸브를 차단하거나, 차량 시동을 제한하는 등의 대책이 작동된다.

또한 탱크 자체는 **파열 방지 설계(Burst-Proof Design)**가 적용되어 있다. 고속 충돌, 화재, 낙하 등 물리적 충격에 대비해 탱크 표면을 열적·기계적으로 강화하고, 특정 지점이 아니라 전체 면에 하중을 분산하는 구조로 설계된다. 일부 고급형 수소차에서는 탱크 내 압력 분산 격막을 삽입하거나, 내부 압력 급상승 시 분산 배출이 가능한 다공성 구조도 채택하고 있다.

무엇보다 핵심은 PRD(Pressure Relief Device) 또는 **TPRD(Thermally-Activated Pressure Relief Device)**다. 이 장치는 외부 온도가 급상승하거나 화재가 발생했을 때, 탱크 내부 압력이 임계치에 도달하기 전에 수소를 제어 배출함으로써 탱크 파열을 방지한다. 이때 배출되는 수소는 차체 아래쪽으로 유도되어, 탑승자나 연료셀 스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설계된다. 이러한 기술들은 모두 **국제표준(UN ECE R134, ISO 15869 등)**을 준수하여 다단계 테스트를 거친 후 실제 차량에 탑재된다.

수소탱크의 미래 방향 ― 저장 효율, 경량화, 안전성의 삼각 균형

수소탱크 기술은 여전히 진화 중이다. 현재는 700바 저장이 상용 기술의 정점이지만, 더 많은 수소를 저장하기 위한 900바 이상 초고압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압력이 올라갈수록 탱크 무게도 증가하게 되고, 이는 차량의 에너지 효율 저하로 이어진다. 따라서 최근의 연구는 저장 효율을 유지하면서도 경량화된 탱크 설계에 집중되고 있다. 이를 위해 탄소섬유 외에도 아라미드섬유, 보론섬유, 하이브리드 복합소재가 적용되기 시작했으며, 탱크 구조 자체를 모듈형으로 바꾸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탱크 내부의 열화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센서 기술도 부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소 저장 성능이 장기간 유지되고 있는지를 운행 중에도 확인할 수 있으며, AI 기반 잔존 수명 예측 시스템과 결합해 차량 정비 주기를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발전 중이다. 또한 **파손 시 자동으로 자가 수복(self-healing)**이 가능한 신소재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향후에는 탱크 손상이 발생해도 즉시 위험을 줄이는 능동형 안전 시스템이 상용화될 전망이다.

국가 간 기술 규제도 통합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유럽, 미국, 한국, 일본 등 각국의 인증 기준이 달랐으나, 현재는 UN 기준을 중심으로 수소탱크 안전성 테스트 방법, 인증 절차, 소재 기준 등이 국제적으로 표준화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수소차 상용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며, 수소탱크의 기술 혁신도 ‘에너지 밀도, 경량화, 안전성’이라는 세 가지 축의 균형을 중심으로 한층 더 고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